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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은 한 덩어리의 식빵

silverjoon 2020. 2. 17. 21:12

칸트는 시간과 공간이 관찰자의 주관 안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며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칸트에 따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뿐 실제로는 그런 구분이 없다고 합니다. 놀라운 이야기 같지만 아주 간단한 과학적 추론만으로도 증명이 되는 사실입니다. 앤 루니는 물릭학 오디세이에서 지금 우리가 보는 태양이 8분전의 모습이니 설령 태양이 2분 전에 사라졌다 해도 아직 앞으로 6분은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지금 이 순간 아무 구분없이 공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과학적으로는 타임머신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도 증명된 바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은 1971년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항공기에 설치된 원자시계가 지상에 설치된 똑같은 원자시계보다 약간이지만 느리게 간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지구를 180조 바퀴만 돌면 10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간여행은 논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리학을 믿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별이란 단지 고질적인 환상일 뿐이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과거는 가고 없으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데 실제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마치 한 덩어리의 식빵처럼 한꺼번에 존재하고 있는 셈입니다. 훗날 아인슈타인이 증명해낸 상대성 이론이 밝혀낸 사실이 이와 같았습니다. 칸트가 순수이성 비판에서 제기하는 시간의 주관론은 이러한 사실을 아인슈타인보다 훨씬 앞선 시대에 철학적인 논리와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증명한 것이어서 당시의 유럽을 들었다 놨다 할만큼 엄청난 발견이었습니다. 시간이 마치 식빵 덩어리처럼 혹은 고층 빌딩처럼 한 덩어리로 존재하는데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조각낸 식빵의 한 단면이거나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시간이라는 고층 빌딩의 한 층에 불과하다는 것은 운명이란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인간의 운명은 정해져 있고 자유의지는 인간의 환상일 뿐이라 생각했던 대표적인 과학자였습니다. 우주에는 모든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행우주 이론이 이에 대한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박사에 따르면 이 최신 과학의 논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한 덩어리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맞지만 우리의 선택에 따라 계속해서 쪼개져 나가며 펼쳐진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모든 경우의 수가 셀수 없이 많은 모든 경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들어내며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우주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아직도 살아서 공연을 하고 또 다른 우주에서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경우의 수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모든 가능성만큼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평행우주론의 핵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서만 흐른다고 느낄 뿐이어서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매 순간의 선택이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까지도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이를 심리학자들의 설명으로 쉽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공한 사람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끈기와 의지를 기를 수 있었던 축복받은 순간으로 여기며 불우했던 과거마저 아름답게 기억하지만 실패로 얼룩진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오늘날의 실패를 부른 좌절의 근원으로 여기며 아픈 상처로 곱씹습니다. 이렇게 심리학적인 관점에서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덩어리로 연동되어 움직이고 있는 것이므로 우리가 지금 이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실제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환상일 뿐인데 우리가 왜 그렇게 느끼느냐는 의문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것이 우리에게 큰 축복과도 같다는 시간의 의미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만약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없이 우리의 모든 행동에도 즉각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은 조련당하는 애완동물과 같은 존재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주인이 바라는대로 행동하면 칭찬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받는 식입니다. 시간이란 개념이 없다면 그야말로 지은대로 곧바로 받을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