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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영원회귀의 즐거움

silverjoon 2020. 2. 18. 20:28

영원회귀라는 것은 신비로운 사상이며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들을 곤경에 빠뜨렸으며 우리가 이미 겪었던 것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되고 무한히 반복된다고 한다는 의문으로 시작되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작품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쿤데라는 토마스라는 한 낮아의 여성 편려긍로 점철된 삶의 이야기를 통해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그 나름의 해석을 제시하는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런것입니다. 인생이 매순간 영원히 반복된다는 영원회귀 사상이야말로 엄청나게 무거운 무게의 책임을 갖는 삶인데 반해 한번 사라지면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삶이란 깃털처럼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쿤데라에 따르면 한번 일어난 일은 전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쿤데라는 한 여자에게만족하지 못하는 바람둥이 주인공 토마스가 무수히 반복되는 여성 편력을 거친 끝에 깨달음을 얻어 가벼움의 세계에서 무거움과 필연성의 세계로 회귀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는 독자들에게 가벼움과 무거움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니체의 사상 중에도 가장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개념인 영원회귀가 영감이 되어 탄생한 걸작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외에도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워낙 수수께끼 같은 개념이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그만큼 사람들에게 기묘하고도 쉽게 잊히지 않는 울림을 주는 화두로 자리매김한 덕분일 것입니다.

니체의 대표작인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고전에서 오늘날에도 수없이 회자되는 이유도 영원회귀라는 참을 수 없이 궁금한 삶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갈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니체 스스로가 매래의 성경이라고 칭했었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은 놀라우리만큼 동양적인 색체를 띠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한마디로 모든 인간이 거쳐야 할 내적 탐험에 대한 이야기인데 주인공인 자라투스트라가 조금씩 처음부터 자기의 것이었던 모습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자라투스트라는 자신의 운명을 피하려고 계속 시도하지만 결국 자신이 지닌 붓다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진짜 나를 현재화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니체를 설명하면서 왜 붓다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지는 니체가 자라투스트라라는 지금은 잊혀진 종교가 되어버린 조로아스터교의 성인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삼은 이유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조로아스터로도 더 많이 알려진 자라투스트라는 예수가 태어나기 1200년전에 페르시아에서 조로아스터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창시한 인물입니다. 니체는 그를 선과 악의 투쟁에서 사물이 움직이는 본연의 바퀴를 처음 본 사람이며 도독을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즉 힘, 원인, 목적 그자체라고 옮긴 사람이라고 평합니다. 실제로 자라투스트라는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 선과 악 등 이원론적 구도 속에서 세계의 본질을 포착했고 특히 선에 의한 세계의 구원을 주장한 최초의 도덕주의자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 이란에 기원을 둔 조로아스터교는 유일신을 섬기느 종교 중 가장 오래된 종교이며 지금도 소수의 신자들이 전 세계에 존재합니다.종교학자들은 이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이 3대 유일신교인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의 발전에 이용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로아스터는 이 세상을 빛과 어둠 또는 선과 악의 대결로 보는 이원론적 시각을 가지고 있고 훗날 예수의 전기에 나타나는 핵심적인 부분들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의 성자였습니다. 그래서 일군의 학자들은 기독교가 조로아스터교를 표절했다는 주장을 펼칠 만큼 두 종교 사이에는 무척이나 많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불교의 보살 사상이 조로아스터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심재관 전 금강대 교수는 불교의 보살사상에는 구도자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구원자로서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특히 초월적 존재로 인간을 구원하는 모습은 조로아스터교의 구원자인 샤오쉬얀트사상과도 닿아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불교에서의 미륵보살의 존재와 매우 흡사한 조로아스터교의 샤오쉬안트 개념이 불교가 나타나기도 전 인도와 인접한 지역에서 널리 퍼져있었다는 점에서 조로아스터교가 불교 형성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보살 사상에 이러한 부분이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조로아스터교는 동서양 종교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와 불교에 고루 영향을 준 놀라운 사상이자 철학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