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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력과 진화력 그리고 창조력

silverjoon 2020. 2. 19. 20:21

우리들은 매순간마다 편집에 의해 존재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의 역사라는 것 자체가 DNA의 4개의 코드를 다르게 조합하고 편집한 것이기 때문인데 앞서 작가들의 창의력이라는 것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신화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편집하고 이에 더해 적가들의 삶 자체가 하나의 신화로써 창작에 이용되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실제로 삶이라는 자체가 그렇게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에 따라 편집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24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 일과는 1분으로 압축하기도하고 편집해서 이야기 할수도 있지만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합니다.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그야말로 하루종일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인상 깊었던 경험에 관해서는 그에 관련된 과거와 현재의 기억은 물론 그것과 연결된 사실들을 모두 끄집어내어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꾼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중의 하나로 여기는 뉴스도 편집에 의해 탄생하게 됩니다. 똑같은 정보가 뉴스거리로 주어져도 어떤 기자가 그 뉴스를 편집하느냐 혹은 신문의 논조가 어떠냐에 따라 헤드라인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뉴스라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정보는 무엇이 되었든 그 정보를 가공한 사람이 입혀준 옷을 입고 우리에게 걸어오는 존재들인 것입니다.

종교라는 측면에서도 불경이나 성경 모두 그 종교의 역사 자체가 편집입니다. 모든 종교는 당대의 지식인들이 다음 대의 지식인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전해주는 가운데 점차 편집되어 나타나는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약성서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두드러지는데 마태복음이라던가 로마서, 고린도전서 등과 같이 하나하나가 편집자에 따라서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나 북구의 신화 등에서처럼 각각의 민족에 전해져온 이야기도 대부분 시간을 거치면서 편집된 것입니다. 편집은 건축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앙코르 와트 사원은 법화경 전체를 입체화시킨 것이고 고딕 양식이라 불리는 건축법에 기초한 사원은 대부분 성서에 기초하고 있어서 이를 일컬어 보는 성서라던가 텍스트 건축등으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성당의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 한장에도 종교적 정보가 편집되어 있는 것도 좋은 예입니다. 이렇게 편집은 문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이나 예술등 다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과 역사 그리고 모든 활동의 근본인 편집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지고 있을까. 그 목적은 바로 진화입니다. 진화를 위한 편집이라는게 과연 무언지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로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 수 있습니다. 스타브 잡스가 사망한 2011년에 월터 아이작슨이라는 전기 작가가 스티브 잡스를 직접 인터뷰해 그의 인가를 얻어 써낸 공식적인 전기가 발표되었습니다. 온 세계가 스티브 잡스의 추모의 물결로 넘쳐날 때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 대한 서평이기도 한 놀라운 견해를 내놓는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이 발명이 아닌 편집에 있었다는 것인데 월터 아이작슨이 쓴 잡스의 전기를 보면 잡스는 발명가라기보다는 기존의 제품을 적절하게 개량해 적용하는 트위커였다는 것입니다. 트위커는 기계, 특히 컴퓨터를 미세하게 개량해내는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글래드웰은 마우스와 아이콘을 이용해 조작하는 매킨토시 컴퓨터의 경우 주요 부분의 특징을 제록스 연구소의 기술자들로부터 차용했으며 아이팟을 내노은 것도 첫번째 휴대용 디지털 음악기기가 1996년에 출시되고 나서 수년이 지난 2001년이었음을 지적합니다. 아이폰 역시 스마트폰들이 이미 시장에 나오고 나서 그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 내놓은 계량 제품이며 아이패드의 아이디어는 잡스 가족의 친구와 결혼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자로부터 아이디어를 따 온것임을 이야기합니다. 아이팟과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가 모두 나믱 아이디러를 응용해 나왔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무척이나 차가웠습니다. 글래드웰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 것인데 요지는 너나 잘하라는 거였습니다. 아이디어의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이 세상에 새로운 아이디어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며 글래드웨의 베스트셀러들도 그러한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고 하지만 실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색다르게 편집해낼 뿐입니다. 퍼즐의 조각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인데 그 조각들을 가지고 새로운 퍼즐을 짜맞춰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창조이며 그 본질은 편집력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