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묘한 스토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느날 친구가 생일선물이라며 마련해준 영매와의 만남자리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전생이나 환생을 믿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상하게 호기심이 생겼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영매를 만나기 바로 전날 어머니를 만나서 했던 자신의 행동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잔소리를 하면서 마치 딸에게 하듯 어머니를 대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베르베르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갈등이 있었고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을 하고 난후 아버지와는 우정을 나누는 친구같은 사이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묘한 느낌에 사로잡혀 어리둥절해진 베르베르에게 영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에게는 111개의 전생이 있었는데 100개의 전생은 그저 평범하였고 그냥 재미없는 삶이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 흥미롭고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11개의 전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였습니다.
베르베르는 과거의 인류는 인구의 90%정도가 농사를 짓다가 한 40세쯤이 되면 세상을 뜨는 굉장히 똑같은 패턴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 왔기에 영매의 말이 어느 정도는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귀가 솔깃해진 베르베르는 현실을 반영하고는 있지만 결국에 허구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소설 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작가인 탓에 이 영매의 전생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도대체 어떤 스토리텔링을 해줄 것인지가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매가 풀어낸 11개의 전생은 즉석에서 지어냈다고 하기엔 놀라울 정도로 나름의 기승전결과 연속된 리듬을 갖춘 멋진 스토리들이었습니다. 베르베르는 영애의 기가 막힌 스토리텔링을 능력에 감탄한 동시에 그 이야기들을 통해 다시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묘하게도 영매가 이야기하는 각각의 전생이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모두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었습니다. 한 전생에서 베르베르는 이집트 하렘의 여성으로 살았다고 하는데 너무나 권태로웠던 하렘의 삶을 견뎌내기 위해 하렘 건물옥상에 올라가서 그곳을 지키는 수호자들과 함께 별을 관찰하는 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현재의 베르베르는 별달리 할일이 없거나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느낄 때는 별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전생 이야기가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의사로 살았던 전생이 두번이나 있었다고 하는데 현실에서의 베르베르도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했던 만큼 의학은 물론 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편이었습니다.
베르베르가 소설의 영감을 거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만나는 친구들 또한 이런 분야 종사자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일본의 사무라이로 예속적인 삶을 살았다는 전생과 관련해서는 지금의 베르베르가 어릴 때부터 앓았던 류머티즘을 검도와 비슷한 동양무술을 연마하게 되면서 고칠수 있었고 운동에 소질이 없는 편이었던 그가 무술을 할때만은 상대방을 제압해야겠다는 승부욕같은 것이 불타오르면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것과 많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창시절에 베르베르는 꽤 규모가 큰 검술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올라가는 쾌거를 거둔 적도 있었습니다. 영매는 신기해하는 베르베르에게 그가 이미 사무라이로서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현생에서 하는 검도의 모든 동작과 상황이 이미 익숙한 것이고 전생에서 문화적으로 습득되고 학습됐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베르베르는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이 이미 사무라이의 삶을 살면서 권력자에게 절대 복종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산다는 것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서는 그토록이나 무조건적인 복종을 싫어하는 성향을 갖게 된것이 아닌가 싶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것저것을 하라고 시키는 상사들의 목소리에 의문을 갖게 되었고 종내에는 소설가로서의 독립적인 삶을 택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베르베르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정의해 볼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좋아하며 결투를 좋아하고 조건없는 복종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 이 모든 특징들이 영매가 설명해준 주요 전생들의 특징과 신기할 정도로 닮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신이 누구인가의 해답이 결국엔 여태껏 살아온 모든 생이 총체적인 결과물이라는 간단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