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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을 다루는 최고의 비결

silverjoon 2020. 3. 2. 20:49

탈레브는 세네카가 평생을 통해 추구했던 것이 바로 바벨 전략이었습니다. 역도 선수가 들어 올리는 막대기로 양 끝에 무거운 추를 달아 놓은 것을 바벨이라고 합니다. 바벨은 대칭일 필요가 없습니다. 바벨을 두개의 극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양극단의 조합을 추구하되 중간을 기피하려는 생각을 바벨 전략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탈레브는 불확실성에 대한 거의 모든 해법이 바벨 전략의 형태를 띠고 있음을 밝혀냈는데 이를 좀 더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바이모달 전략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가 아닌 두개의 서로 다른 모드가 있으며 그 모드는 가운데가 아닌 양 끝에 있다는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리스크를 극단적으로 혐오하고 다른 쪽 끝에서는 극단적으로 수용합니다. 탈레브는 리스크에 대해 양극단이 아닌 아닌 중간 지점에서 대단히 온건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엄청난 측정오차를 낳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 될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에 반해 바벨 전략은 애초부터 하강국면의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커다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약간의 위험을 무시하고 중대한 위험으로부터는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입의 불균형이 가장 심하고 위험한 직업인 작가들의 세계가 그 좋은 예가 됩니다. 성공한 작가 중에는 작가가 직업이었던 사람보다 다른 직업에 종사하던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살펴보면 저널리스트에서 작가로 변신한 말콤 글래드웰이나 여행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며 틈틈이 여행 에세이를 내 세계적인 작가가 된 빌 브라이슨 등 유명한 작가들 중에는 저널리스트나 기자 혹은 출판사 편집자 출신이 많습니다. 단기간에는 문단에서 주는 상이란 상은 죄다 휩쓸어 버린 무서운 신예로 초특급 베스트 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정유정은 간호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습작을 하다가 결혼 후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을 때 전업작가의 길을 선택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입니다. 신문사 기자로 시작해 언론인으로 활발히 활동한 바 있는 김훈도 여러 수많은 히트작을 낸 대표적인 늦깍이 소설가입니다. 이들은 작가로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경우라 할지라도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으며 실패를 하더라도 원래의 직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경험삼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유럽의 작가들은 퇴근 시간 이후에는 일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는 한직에 종사하며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위대한 시인 폴 클로델, 생존 페르스, 그리고 소설가 스탕달은 외교관이었으며 영국 작가들의 상당수가 공무원이었다고 합니다.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 앤서니 트롤럽은 우체국 직원이었고 카프카는 국영 보험회사 직원이었습니다. 렌즈 제조업에 종사하며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철학자 스피노자도 좋은 예입니다. 아인슈타인 또한 한직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상대성 이론의 논문을 완성시킨바 있습니다. 10대 시절부터 순수 문학가나 철학자가 되기를 꿈꿨던 탈레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탈레브는 작가의 꿈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트레이더라는 직업을 택한 덕분에 오후 3시에서 4시에 사무실을 나오면 직장 일에 대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까지 그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고 재미있는 일인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러하듯 탈레브의 초기작들은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2008년에 써낸 블랙스완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맞물려 현실로 드러나자 백발백중의 예언서로 각광받으면서 세계적인 작가이자 경제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직장인과 저자로서의 탈레브의 바벨 전략은 이상적이었던 셈입니다. 이러한 삶은 실제로 세네카가 선택했던 방식입니다. 세네카는 처음에는 상당히 활동적이고도 모험적인 삶을 살다 이후에 철학자가 되어 깊이 사색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그는 이 두가지를 중간에서 조합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직업을 순차적으로 가지는 것도 바벨 전략의 한가지 사례가 될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안전한 직업을 갖다가 나중에 리스크가 큰 직업을 갖는 것입니다. 새로운 일이 실패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전의 직업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