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본토와 터키 사이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와 에게 해의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만큼이나 화려한 신들과 현자의 섬으로 알려진 사모스 섬은 피타고라스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사모스 섬의 피타고리온 항구에는 삼각형을 가리키는 파타고라스의 동상이 서있습니다. 그만큼 에피쿠로스가 성장한 곳이자 신들의 여왕인 제우스의 부인 헤라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사모스 섬을 대표하는 인물은 피타고라스인 셈인데 놀랍게도 이곳에는 피타고라스의 유물이라고는 한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유일한 흔적이 그가 도를 닦았다는 피타고라스의 케이브입니다. 달마대사가 토굴을 파고 들어가 면벽수행을 9년간이나 한 끝에 득도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서양의 수학자로 유명한 피타고라스가 동굴에서 도를 닦았다고 하면 무척이나 정말로 기인한 인물이었습니다. 수학의 시초이며 음악학의 시초가 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저작물이나 유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피타고라스는 마치 전설 같은 신화로 여겨지고는 합니다. 그 이유는 파타고라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시대를 앞서간 사상과 행동때문에 악착스러운 박해를 당한 나머지 거의 전멸하다시피 몰살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피타고라스가 비밀스러운 기호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가르침을 오로지 구전을 통해서만 선별된 제자들에 한해 전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삶은 그 자체로 신비롭지만 그가 서양의 현자였기 때문에 과장된 면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는 비의를 통해서만 가르침을 전달하고 무척이나 폐쇄적인 공동체를 운영하며 제자들을 가려받은 것으로 유명한데 동양에서는 제자를 이런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가르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습니다. 동양적 신비주의라 할 수 있는 선불교에서 제자를 거두고 가르친 사례를 보면 달마대사와 같은 고승을 스승으로 삼기 위해 팔 한쪽을 잘라냈다는 혜가대사의 기록을 접할 수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어느 분야가 됐든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싶은 사람일수록 빗자루질 3년, 화장실 청소 3년 등 허드렛일부터 다시 배워야만 제자로 이분할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니 파타고라스의 가르침이나 그가 이끌었던 공동체의 신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은 어찌보면 동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별다를 것 없는 배움의 과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피타고라스의 시대는 지구 전 지역에 걸쳐 위대한 개혁자들이 출현해서 비슷한 교리들을 일반화, 대중화한 시기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주여의 창시자로 알려진 복희의 신비주의를 바탕으로 노자가 출현했으며 석가모니는 갠지스 강가에서 민중들에게 설법을 전했습니다.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가르침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는데 다만 그것을 담아낸 그릇이 달랐을 뿐입니다. 어느 시기에 이르게 되면 하나의 공통된 정신적 흐름이 신비스럽게도 전 인류를 관통하게 된다는 것을 증명한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피타고라스를 비롯해 동시대의 현자들이 신비주의를 표방했던 이유는 그들의 시대를 앞선 가르침이 말이나 글로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당시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대중들에게 일반적으로 가르치기에는 위험한 사상이며 생활 방식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특히나 피타고라스는 우주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내고 사용한 인물로도 유명한데 이 또한 그가 오늘날의 물리학자들 뺨치는 수준으로 우주와 천체를 비롯해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를 의미합니다. 존재계는 카오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코스모스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잘 알려진 나비효과가 좋은 예입니다. 타풍 등의 기상이변이 사전 경고없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의 과학자들은 그 혼돈 안에도 신비한 질서가 내재되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나비 한마리가 도쿄에서 날개를 파닥거림으로 생겨난 공기의 미세한 파장이 결국 캔자스에서 회오리 바람을 일으킬 만큼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 나비효과입니다. 모든 것이 보다 깊은 차원에서의 현실에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으로 날씨가 기상학자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것으로만 보였던 까닭은 이와 같이 태풍을 일으키는 수백만 가지 영향들인 이를테면 날갯짓하는 나비들이나 세게 닫은문들과 같은 영향들을 알아보지도 측량하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피타고라스는 모든 현상의 이면에는 겉으로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이더라도 그 안에 나름의 질서와 조화가 있음을 밝혀냈고 그의 이러한 관점은 모든 과학 연구의 초석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