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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불편 프로그램의 실행

스토아 철학자들이 마지막으로 권하는 평정심의 극치인 진정한 낙천주의자로 사는 법은 바로 자발적 불편 프로그램을 실행하라는 것입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신에게 불행이 일어난다고 상상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쁜 일이 일어나게 해보라고 권고합니다. 가령 세네카는 늘 가난하게 살것을 무소니우스는 불편함을 초래하는 일을 해볼 것을 조언했습니다. 예를 들어 추운 겨울날 옷을 덜 껴입는다든가 냉난방을 줄인다던지 하는 일입니다. 요가 수업을 통해 안쓰는 근육을 사용해 불편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신체 부위를 새롭게 바라보고 균형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실례로 세네카는 추방을 당해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추방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했습니다. 세네카에 따르면 추방은 단지 지내는 장소가 바뀌는 것일 뿐입니다. 게다가 추방당한 곳이 최악의 곳이라 할지라도 추방당한 자는 자유의지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추방이 고국과 친구와 가족과 재산이 박탈됨을 의미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인 자신의 위치와 미덕은 가져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마음이며 마음은 나와 함께 유배를 가며 아무리 험한 곳에 있을지라도 몸은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다 찾을 것이고 마음은 좋은 것들을 즐기느라 충만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세네카는 독서와 자연을 탐구하며 유배생활을 보냈습니다. 삶이 갑자기 던지는 불쾌한 일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나쁜 상황이라 해도 상황은 얼마든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상황 설정은 그래서 필요합니다. 어떤 TV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된 재기 중소기업인 캠프의 현장 프로그램은 자발적 불편 프로그램의 실사판입니다. 외부와 차단된 외딴 섬 죽도에서 펼쳐진 약 4주간의 불편하기 짝이 없는 캠프만으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한 몸에 받는 실패자들을 50%에 가까운 확률로 재기에 성공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사업을 잘하는 방법을 배웠다기보다는 스스로 쓰러졌을 때 툴툴 털고 일어날 힘을 배웠다고 합니다. 정말로 중소기업 경영자 재기캠프의 주요 일정은 자기를 성찰하면서 좌절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감을 되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재기에 필요한 실무교육을 받고 캠프를 수료한 사장님들에 한해 소정이 창업 지원금을 보조해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캠프의 주된 일과는 새벽 5시에 일어나 감사합니다와 사랑합니다를 되뇌이며 100번 절하기와 다른 일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다 실패한 전직 사장님들에게 매일 2끼의 소박한 식사와 함께 철저한 금욕과 체력단련을 시키며 최소한의 것들로만 이루어진 공간에서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죽도라는 곳이 중소기업인 캠프가 창립된 이유에는 그 배경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일자리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중소기업이지만 신생기업 10곳 중 6곳이 3년 안에 문을 닫는 것 또한 이 바닥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MS가스를 설립한 전원태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던 가스공장에서 폭발사고로 직원을 잃고 사업에 실패한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도 옆의 소봉도라는 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후 전 회장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재기를 다진 끝에 다시 일어나 지금의 MS가스를 일구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자신에게 약속한 대로 반드시 실패를 맛본 사람들을 돕겠다는 뜻에서 국가도 하지 못하는 일을 지난 2011년부터 스스로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청에서 강사비를 지원하긴 하지만 연간 수억원대에 이르는 운영비 대부분을 재단에서 대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이 중소기업인 캠프를 찾은 사람들은 206명으로 그 중 절반에 가까운 90명은 재창업에 성공했습니다. 다른 수료생들 역시 실패를 딛고 재기를 꿈꾸고 있는 중입니다. 재기에 성공한 수료생들은 때때로 죽도를 찾아와 몸과 마음이 엉망진창이었던 자신의 옛모습을 회고하는 한편 수료를 앞두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실패한 사장님들을 격려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기도 합니다. 캠프의 일정을 마친 수료생들은 입소 당시의 무거웠던 발걸음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나갈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찾아낸 재기의 첫걸음은 어쩌면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자리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네카 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을 스토아식으로 향상시킨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